한국생활기/일상생활

방치된 자전거 수리해서 타자

멜번초이 2008. 7. 21. 18:48

아파트 앞 뒤에 버려진 자전거가 아주 많다. 아파트를 배회하다가 내가 발견한 이 자전거는 뒷바퀴가 제대로 없는 방치된 자전거 이다. 주인은 분명히 버린 것이 확실한 것이 이 상태로 거의 몇 달을 지났다. 주인이 있다면 집으로 가지고 들어가거나 고쳐서 갖다 놨을 것이 아닌가?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타이어와 튜브만 없을 수가 있을까? 뭐 상관없다.

이 자전거는 뒷바퀴 타이어가 없다. 물론 튜브도 없다. 림도 휘어져서 타이어를 끼운다고 해도 바로 탈 수가 없는 상태이다.자전거점에 들고 가서 고친다면 튜브 5,000원, 타이어 6,000원, 림조정 5,000원, 공임 10,000원 해서 2~3만원은 족히 들어가게 생겼다. 또 송도신도시 안에는 자전거점이 없기 때문이 수리를 위해서는 차에 싣고 가까운 연수구 쪽으로  나가야 한다.  이 정도 자전거라면 일반 승용차에는 들어갈 수 없다. 용달을 불러 운반비 20,000원을 추가 지불한다고 하면 적어도 5만원은 예산으로 잡아야 하니 주인이라면 버리고 말지 수리해서 다시 사용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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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의 눈에 띈 것은 신송초등학교 앞에 이런 바퀴 하나가 방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언젠가 어떤 나쁜 도둑놈이 바퀴는 묶여 있으니까 바퀴를 분리하여 남기고 몸통은 가지고 가버린 것이다. 나는 위의 방치된 자전거와 길에 버려져 도시 미관을 어지럽히는 앞바퀴를 수거해서 직접 자전거를 고쳐서 사용하기로 마음먹고 작업을 시작했다. 사실 전에도 여러번 이렇게 못 쓰게 방치된 자전거를 고쳐서 사용한 적이 있는데 정작 고쳐서 탈만하면 훔쳐가 버린다. 지난달에도 애지중지 후미등 달고 해 놨더니 어떤 놈이 밤새 훔쳐가 버려서 자전거가 궁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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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이 바퀴 타이어를 회수하기 위해서 니퍼로 자물쇠를 끊기 시작했다. 5분이면 작업이 끝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왠걸 한시간이 더 걸렸다. 그동안 결국 내 손은 이렇게 되어 버렸다. 이렇게 질긴 와이어 였기에 이렇게 바퀴만 버리고 갔던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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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왠 쓸데없는 삽질을 하고 있는 것인가? 지나가는 사람들도 흘끗흘끗 본다. '왠 머리는 길어 늘어뜨린 녀석이 쓸모없는 바퀴하나 접수할려고 니퍼질을 열심히 하고 있지?' 그래 이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자전거 새로 사기 싫거든. 버린 자전거 고쳐서 쓰고야 말거다. 이것은 도시 환경을 깨끗이 정리해 주는 숭고한 봉사의 길이라는 믿음으로 하는 것이다. 과연 난 자전거를 성공적으로 조립내 낼 수 있을까?

<2008년7월20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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