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생활기/일상

멜번의 물건 가격

멜번초이 2010. 4. 4.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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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익숙한 것이 물건을 살 때 흥정이라는 것을 하는 것입니다. 파는 사람은 으례히 흥정이 있을 것이고 이 흥정을 대비하여 그만큼 가격을 덧붙여 부르는 것이 상례입니다. 이런 경우 무턱대고 흥정을 하지 않고 그냥 달라고 하는 대로 다 줘 버리는(나같은) 사람은 봉이라고 부르지요. 소위 봉은 나중에 이것이 보통의 가격보다도 비쌌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바가지를 당했다고 하고 기분이 매우 언짢게 됩니다. 하지만 늦었죠.


이러한 전통은 아마도 난전문화에 의하여 생겨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도 시골에는 5일장이란 것이 있고 여기에는 많은 난전이 있습니다. 보통 이러한 난전에는 정찰가격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사람 봐 가면서 부르는 것이 가격이고 흥정하는 것이 가격이됩니다. 이러한 우리의 문화를 잘 발전시키면 미덕이 되지만 악용하면 폐단이 되고 맙니다. 물건을 샀다가 싸움으로 이어지고 종국에는 서로 등을 돌리고 견원지간이 되어 왕래도 없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찰가격을 해야하는 일반 가게에서도 이러한 문화를 밑바닥으로 깔고 있어서 서로 의심하게 됩니다.


멜번에서는 그렇다면

제시하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으례히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겠거니 하고 믿습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물건을 파는 사람이 가격을 부를 때 그만큼의 값어치만을 고려하지 흥정을 위한 덧붙인 가격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서비스를 하나 더 얹어줄 지언정 가격을 깍아주지는 않는 거 같습니다.  사는 사람도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면 안 싸면 그만입니다. 그 물건 없이 그냥 그렇게 산다고 해도 누가 흉 볼 사람도 없고 신경도 쓰지 않기 때문에 굳이 깍아달라고 사정까지 하면서 팔아달라고 매달리지도 않는 것입니다.

여기서 초기 이민오신 분들은 아무래도 한국사람을 상대할 때 늘 의심의 눈초리로 봅니다. 호주사람들한테는 덜 그러면서도 유독 한국사람한테는 꼭 흥정이라는 것을 하려고 시도합니다. 똑같은 가격을 만나도 호주가게에서는 '물가가 비싸군' 이라고 순응하고 한국가게에서는 '바가지 아닐까?' 라고 의심하게 되는 것이지요.


특히 서비스 같은 경우가 심합니다. 여행가이드, 임시숙소, 잔디관리, 유학서비스, 법률서비스 등 인건비가 들어가는 그런 류의 서비스를 받을 때 깍아달라고 말을 던져 보고는 안 깍아 주면 야박하다고 말하며 기분이 팍 상해 버립니다. 그냥 부르는 값을 다 주면 손해를 보거나 바가지를 쓴 기분이 들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는 호주입니다. 이제 그냥 부르는 값을 다 주도록 합시다.  서비스상품을 하나 더 받으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몇 명 안 되는 교민인구에 모두가 이웃인 이 좁은 멜번 땅에서 바가지를 씌워서 폭리를 취했다면 그 소문이 퍼져서 이 좁은 동포사회에서 살아 갈 수나 있겠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멜번에서 서비스업이나 상업에 종사하시는 분 중에 그렇게 바가지를 씌워서 교민들을 등쳐먹는(?) 그런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간혹 안 좋은 경험을 가지고 계신 몇 분들이 카페에서 하는 이야기를 듣고 호주가 다 그런 것이라고 짐작하지 말아야 합니다. 서비스를 받으면 정확하게 그 댓가를 지불해야 하는 곳이 호주입니다. 한국처럼 무료나 공짜봉사는 높은 인건비와 생활비를 고려했을 때 기대해서는 안 되겠다. 간혹 무료봉사를 받은 경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셔야 하고 나중에 꼭 갚으셔야 합니다.

호주의 국민소득은 4만불, 한국은 2만불, 즉 호주의 물가는 한국보다 2배가 높아야 한다. 물론 인건비도 2배가 높습니다. 호주에 처음와서 쇼핑을 할때 한국보다 높은 가격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곧  높은 임금을 받고 호주에 정착하게 되면 잘 모르고(잊어버리고) 살게 된다.

(주) 물론 어느 법칙에나 예외는 있습니다. 사람사는 곳에 네고가 없을 수야 없지요. 빅토리아마켓같은 재래시장에서나 집을 살 때, 자동차를 살 때, 냉장고를 살 때, 헬스클럽 등록할 때 등 흥정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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