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국에서도 카카오센터 화재로 인해 카카오와 관련된 기능들이 먹통이 되면서 난리가 났었던 적이 있었다. 최근 호주에서도 비슷한, 그러나 훨씬 더 심각한 일이 일어났다. 바로 호주 최대 통신사 중 하나인 옵투스(Optus)의 통신 장애 이슈였다. 이로 인해 천만 명이 넘는 호주인들이 직간접적 피해를 봤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전체 인구의 1/3이상이 해당할 정도로 엄청난 수치이다.
옵투스 통신 장애는 11월 8일 새벽 4시 5분 경 처음 신고되었으며, 그 이후로 약 8시간 이상 복구되지 않았으며, 낮부터 순차적으로 천천히 복구되기 시작했다.
| 피해
교통 시스템 마비
이른 아침 오전 5시 첫 차부터 호주 멜버른의 기차가 커뮤니케이션 장애로 인해 전부 정지되었다. 거의 오전 6시 반쯤부터 서서히 복구되기 시작했으나 멜버른 전역에서 한 곳의 역으로 기차가 몰리는 기차 시스템상 플린더스역 진입에 많은 지연이 있어 출근에 지장이 있었다. 이로 인해 차로 출근하는 사람들도 평소와는 다르게 차가 엄청나게 막히는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교통 시스템 마비로 인해 출근/등교에 딜레이가 있었던 건 심각한 피해라고 할 수도 없다. 급하게 병원에 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더 큰 고통을 받고 경험했을 것이다.
또한 옵투스 핸드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에는 이와 관련된 비교적 소소한(?) 피해가 하나가 더 있었는데, 안 그래도 평소보다 오래 걸렸던 이동 시간 동안 노래나 영상을 전혀 들을 수 없어 더욱 힘들고 지루했다고 한다. 주변에는 네비게이션이 안 돼서 출근 길에 길을 헤멘 사람도 있었다고 하고, 주차장 자리를 예약하고 결제해야 하는데 집에서 나오니 주차장 자리 예약이 안 돼서 다시 집에 들어가서 와이파이를 사용해 예약한 후 출발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일반 전화 먹통
가장 심각한 피해 중 하나는 바로 보통 집에 설치하는 일반 전화 먹통 때문이었다. 오전 일찍부터 옵투스는 핸드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전화 문자는 보낼 수 없더라도 000과 같은 비상 전화(한국의 119, 112 시스템과 비슷)는 주변 다른 통신사의 통신망을 사용해 전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보통 가정집이나 사업장에 설치된 일반 전화로는 그런 기능이 없어 000에도 전화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는 아주 심각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일반 전화를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인구는 대부분 000 서비스가 가장 필요하다고 말할 수도 있는 노년층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병간호가 필요한 많은 곳에 피해가 있었다. 간호하던 환자가 심정지 상태가 되었는데 내부 전화가 되지 않아서 간호인이 급하게 밖으로 나와 지나다니는 사람들 중 사람에게 앰뷸런스를 불러 달라고 말했다는 썰(?)도 있다. 또한 패럴림픽 수영 선수 존커스는 당시 옵투스 통신 장애로 인해 평소 부르던 전문 간호인을 부를 수 없었고, 그 때문에 수요일 내내 물도 마시지 못하고, 어떤 상황인지 알지도 못하고 (와이파이와 데이터가 둘 다 안 되어서) 목요일 오전까지 굶었어야 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호주는 땅이 넓기 때문에 도시에서 수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작은 동네에서 소소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그런 동네는 보통 한 회사의 통신망만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보급이 안 되기 때문이다. 옵투스를 사용하는 동네들은 전부 피해를 봤으며, 그러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가족들도 마음 졸였다고 한다.
사업장(특히 식당/카페) 피해
1. 손님이 결제를 못 해...
코로나로 인해 많은 호주 사업장에서는 현금 사용이 지양되고 카드를 사용하는 문화가 발달했다. 게다가 애플 페이와 구글 페이(안드로이드 기기)가 둘 다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고 핸드폰이나 스마트워치로 결제하고 있다. 이번 옵투스 장애로 인해 많은 사업장이 손님들이 주문을 하고, 혹은 식사를 마친 후 결제를 하지 못해 난감한 상황이 여러 번 있었다고 전했다.
* 생각해 보니 나도 옵투스 통신사를 쓰고 있었다면 구글 페이로 모바일 마이키를 사용하고 있는 터라 아침에 기차를 탈 수 없어 매우 난감했었을 것 같다...
2. 가게가 주문을 못 받아...
또한 주문하는 방식도 많은 사업장들이 테이블에 붙어 있는 QR 코드를 스캔해서 부엌으로 바로 주문을 넣는 방식이 도입되었는데 가게에서 옵투스를 사용하는 경우 손님이 주문을 넣고 결제까지 했는데도 부엌에서 주문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래서 오랜만에 서버들이 돌아다니며 수첩에다가 주문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국에서 카카오 통신 장애 사태 때 카카오택시를 부르지 못해 손님들이 오랜만에 택시를 직접 잡았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는 내용이었다.
* 생각해 보니 옵투스 사용자 중 키오스크로 장사하는 곳들도 타격이 컸을 것 같다
3. 가게가 돈을 못 받아...
손님이 QR 코드를 스캔한 후 주문을 넣고 바로 구글이나 애플 페이로 결제를 하는 방식이라면 결제는 된 상황이다. 그러나 카운터에서 결제하는 방식을 사용하던 사업장들 중 옵투스 와이파이와 통신을 이용하던 사업장은 eftpos 기계의 통신 오류로 카드 결제를 받지 못 했다. 이로 인해 이미 식사를 마쳤는데, 음식이나 음료가 만들어지기 시작했거나 나왔는데도 결제가 안 되어 난감했던 상황도 많았다고 전했다.
다른 소소한 피해
다른 소소한 피해들로는 IoT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피해가 있었다. 반려동물의 자동 사료 지급기가 제 시간에 작동되지 않았다라든가, 스마트 전구의 불이 전부 다 켜져 버렸는데 끄지를 못 했다나 스마트 티비가 꺼져서 켤 수가 없었다라든가.... 많은 사람들이 IoT 기반 스마트 기기들이 작동이 안 된 사례들을 공유했다.
| 결과
옵투스는 이미 2021년 개인 정보 유출로 인해 전국민의 신뢰를 잃었다가 회복하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민심이 나락에 간 상황이다. 게다가 또 해킹 아니냐라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확실한 것은 사이버 공격은 전혀 아니다라고 발표해 더더욱 논란이 되었다. 사이버 공격은 화살이 해킹범한테 가기라도 하지, 본인들이 잘못은 했는데 뭔지 원인을 전혀 모르겠다?
게다가 보상이라고 지급한 게 모든 옵투스 사용자에게 무료로 200GB의 데이터를 제공한 것이었다. 솔직히 호주는 와이파이보다는 데이터가 굉장히 발달되어 있는 나라라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 나라도 너무 화가 날 것 같다. 그리고 아니더라도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마음이 데이터 사용권으로 보상이 될까?
현재 옵투스 사태로 인해 큰 피해를 본 사람들이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결과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2023 @멜번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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