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해바라기가 벌써 피었다.
봄에 심은 해바라기가 부쩍 자라서 이제 내 키를 넘었다. 내가 처음 해바라기에 필이 꽂혀서 기르기 시작한 것은 2002년 부터이다. 당시 재경부 프로젝트를 죽전에 있는 전산원 건물에서 하고 있었다. 저녁에 퇴근하는데 저기 저만치 거무스름하게 누군가가 서 있었다. 짐짓 야밤에 퍽치기하는 동네 불량배는 아닐까 조심스레 다가갔더니 해바라기였다. 위풍당당하게 독야청청 홀로 서있는 해바라기의 위용을 보고서 이 놈이야 말로 꽃 중에 왕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놈의 해바라기는 뭘 먹고 이렇게 키가 컸는지? 내키와 아들의 키를 합쳐도 이놈의 키를 당해낼 수가 없다.
키가 닿지 않으니 정확히 높이를 재 볼 수도 없어 어림잡아 보건데 2미터는 넘을 거 같다. 사실 해마다 이정도 키의 해바라기는 한 두놈씩 나온다. 올해 2008년의 해바라기킹은 바로 이놈이다. 특히 시골의 우리집 앞에는 꼭 이런 거대 해바라기가 나온다. 그러나 인천의 우리집 베란다 화분에 자라는 놈은 겨우 1m 남짓 자라다가 손바닥만한 꽃하나 살짝 피우고는 그만 자라고 만다.
올해는 농협에 해바라기를 심지 않았다. 사실은 봄부터 나는 농협을 떠날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하나은행에 왔을 때 어디서 소문을 듣고서 왜 해바라기를 심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하나은행 4층 베란다에 해바라기를 7월초에 심었다. 벌써 먼저 심은 놈은 이렇게 장성했는데 이제 심어서 언제 꽃을 피울까...
여하튼 나는 호주에 가서도 계속 해바라기를 주위에 심을 것이다. 나의 해바라기 사랑은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멈추지 않을 것이다.해마다 내 키를 넘기는 이런 키 큰 해바라기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다 후련해 진다. 우리 모두 일편단심 해바라기의 기상을 우리 좀 본 받아 호연지기를 키워 보자.
아파트 베란다 화분에 핀 해바라기는 키가 채 1미터도 되지 않는다. 그래도 귀엽다. 영양이 부족해서 그렇지 싶다.
원래 해바라기는 8~9월에 핀다고 여러 문헌에 되어 있는데 이제 7월인데 벌써 만개를 해 버린다. 백과사전들을 고쳐야 할 판이다. 이런 해바라기 개화시기를 가지고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다라고 말해도 되는건가?
<2008년7월13일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