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번의 물건 가격
한국에서 익숙한 것이 물건을 살 때 흥정이라는 것을 하는 것입니다. 파는 사람은 으례히 흥정이 있을 것이고 이 흥정을 대비하여
그만큼 가격을 덧붙여 부르는 것이 상례입니다. 이런 경우 무턱대고 흥정을 하지 않고 그냥 달라고 하는 대로 다 줘 버리는(나같은)
사람은 봉이라고 부르지요. 소위 봉은 나중에 이것이 보통의 가격보다도 비쌌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바가지를 당했다고 하고 기분이
매우 언짢게 됩니다. 하지만 늦었죠.
멜번에서는 그렇다면
제시하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으례히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겠거니 하고 믿습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물건을 파는 사람이 가격을 부를 때
그만큼의 값어치만을 고려하지 흥정을 위한 덧붙인 가격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서비스를 하나 더 얹어줄 지언정 가격을 깍아주지는
않는 거 같습니다. 사는 사람도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면 안 싸면 그만입니다. 그 물건 없이 그냥 그렇게 산다고 해도 누가 흉 볼
사람도 없고 신경도 쓰지 않기 때문에 굳이 깍아달라고 사정까지 하면서 팔아달라고 매달리지도 않는 것입니다.
여기서 초기 이민오신 분들은 아무래도 한국사람을 상대할 때 늘 의심의 눈초리로 봅니다. 호주사람들한테는 덜 그러면서도 유독
한국사람한테는 꼭 흥정이라는 것을 하려고 시도합니다. 똑같은 가격을 만나도 호주가게에서는 '물가가 비싸군'
이라고 순응하고 한국가게에서는 '바가지 아닐까?' 라고 의심하게 되는 것이지요.
특히 서비스 같은 경우가 심합니다. 여행가이드, 임시숙소, 잔디관리, 유학서비스, 법률서비스 등 인건비가 들어가는 그런 류의 서비스를 받을 때 깍아달라고 말을 던져 보고는 안
깍아 주면 야박하다고 말하며 기분이 팍 상해 버립니다. 그냥 부르는 값을 다 주면 손해를 보거나 바가지를 쓴
기분이 들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는 호주입니다. 이제 그냥 부르는 값을 다 주도록 합시다. 서비스상품을 하나 더 받으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몇
명 안 되는 교민인구에 모두가 이웃인 이 좁은 멜번 땅에서 바가지를 씌워서 폭리를 취했다면 그 소문이 퍼져서 이
좁은 동포사회에서 살아 갈 수나 있겠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멜번에서 서비스업이나 상업에 종사하시는 분 중에 그렇게 바가지를
씌워서 교민들을 등쳐먹는(?) 그런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간혹 안 좋은 경험을 가지고 계신 몇 분들이 카페에서 하는 이야기를 듣고 호주가 다 그런 것이라고 짐작하지 말아야 합니다. 서비스를 받으면 정확하게 그 댓가를 지불해야 하는 곳이 호주입니다. 한국처럼 무료나 공짜봉사는 높은 인건비와 생활비를 고려했을 때 기대해서는 안 되겠다. 간혹 무료봉사를 받은 경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셔야 하고 나중에 꼭 갚으셔야 합니다.
호주의 국민소득은 4만불, 한국은 2만불, 즉 호주의 물가는 한국보다 2배가 높아야 한다. 물론 인건비도 2배가 높습니다. 호주에 처음와서 쇼핑을 할때 한국보다 높은 가격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곧 높은 임금을 받고 호주에 정착하게 되면 잘 모르고(잊어버리고) 살게 된다.
(주) 물론 어느 법칙에나 예외는 있습니다. 사람사는 곳에 네고가 없을 수야 없지요. 빅토리아마켓같은 재래시장에서나 집을 살 때, 자동차를 살 때, 냉장고를 살 때, 헬스클럽 등록할 때 등 흥정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