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기/일상생활

자전거 림교정

멜번초이 2008. 7. 27.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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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이어서 다시 자전거 마련 작전에 돌입했다. 모처럼 날씨가 맑아서 밖에서 작업하기가 딱 좋았다. 더구나 아파트에서 드디어 대대적인 자전거 숙청 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이번주가 마지막 기회였다. 다음 주 정도 되면 무연고, 방치 자전거는 싹 정리되어 버리기 때문에 기회조차 없어지고 만다. 아파트에서 고장나서 방치된 자전거에는 "처분대상" 이라는 명찰을 친절히 달아 주어서 부담없이 초이스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사실 대한민국이 정말 살기 좋아졌다. 옛날 내가 자랄 때는 자전거 하나 마련하는 일이 보통일이 아니었다.  일년을 모으고 모아서 자전거를 사곤했고 자전거를 사는 날은 너무 신나서 자전거를 하루종일 타고 다니느라 사타구니가 아팠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요즘은 타다가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렇게 버려 버린다. 그도 그럴 것이지 자전거를 수리하러 가려고 해도 근처에 자전거 방이 없는 것도 문제거니와 애써서 찾아가도 자전거 방 주인들이 게을러 져서 지저분하게 기름 묻히며 수리해야 될 거 같으면 아예 "부품을 새걸로 가세요" 라고 퉁명스럽게 이야기 한다. 약간만 조이고 기름치면 될 것을 몇 만원씩 주고 새걸로 갈아라고 하는  것이다.

각설하고 나는 "처분대상" 이라고 마빡에 사망신고서를 붙이고 있는 놈 중에 작업 대상을 물색해서 한 놈을 골랐다. 일단 앞뒤 두개의 바퀴가 다 달려 있고, 브레이크는 바퀴에 씹혀서 엉뚱한 곳에 찌부러져 있지만 두 개 다 달려있고, 더구나 쇼바가 앞뒤로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더구나 자물쇠로 잠겨져 있지 않기 때문에 힘들게 자물쇠를 끊어내는 고생을 안해도 되고,  들고 가서 고치기만 하면 되고. ( 사실 자물쇠를 끊는 것은 심리적으로 도둑질이 아닌가 하는 부담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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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수리 대상 목록을 정리해 보면 앞뒤바퀴 펑크난 것을 떼워야 한다. 공기주입구 마개가 앞뒤의 것이 유실되어 있다. 뒤에 짐실이는 다리가 왼쪽것만 있고 오른쪽 것은 아예 없다. 이것은 뜯어서 버리기로 했다. 체인이 엉켜서 휘감겨 있지만 기름을 칠하면 사용할 수 있을 거 같다.


가장 큰 문제는 뒷바퀴의 림이 거의 뫼비우스 띠가 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거 보다 훨씨니 덜한, 즉 잘 굴러다니는 것도 자전거방에 가서 "림 좀 잡아주세요" 라고 했더니 "새걸로 가세요. 3만원입니다." 라고 했던 것을 비춰보았을 때 림교정만으로도 대공사임에 틀림이 없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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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양지바른 작업장으로 자전거를 옮긴 다음 반듯이 눕혔다. 나의 처분만 기다리면서 얌전히 누워 있는 이 놈을 빨리 손보고 싶어서 근질근질하다. 그렇지만 우선 사진부터 박았다. 일단 작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뒷바퀴 타이어를 홀라당 벗겼다. 너무 휘어서 아예 바퀴가 여기저기 걸려서 돌지가 않아서 바퀴 축 너트도 풀어내었다.  이 림교정 방법을 위해서 내가 어제 별도의 연구도 하고 훈련도 하였으나  실전에 막상 부닥치니 긴장이 약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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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뒤에서 보면 정말 많이 휘어진 것을 볼 수 있다. 거의 자전거이기를 포기한 상태이다. 림교정을 원활히 하기 위하여 WD40을 림 주위에 돌아가면서 충분히 뿌렸다. 림돌이로 니플을 돌리게 되면 빡빡하지 않고 잘 돌아가기 위해서 이다. 초보자로서 림교정을 빨리 정복하는 방법을 일단 모든 니플을 풀어놓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원하는 니플을 하나씩 조여가기만 하면 된다. 숙달이 되면 조이고, 반대편 것은 풀고 하면서 맞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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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론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림 교정에서 중요한 역학 원리는 장력(tension) 이다.  중심축을 기준으로 당기고 싶은 방향의 스포크를 당겨주는 원리이다.

만약에 림을 빨간색 방향으로 옮기고 싶다면 스포크(살)을 연두색 방향으로 당겨지도록 조절하면 된다. 스포크(살)은 하나씩 교대로 엇갈려 있으므로 방향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당기고 밀어줘야 한다.

자칫 서로 혼동하여 반대로 돌리면 오히려 더 틀어지게 된다. 스포크살이 교대교대로 한번은 오른쪽, 한번은 왼쪽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당기고 싶은 쪽만 당겨야 한다.

니플을 노란색 방향으로 돌리면 장력(tension)이 조절된다. 오른쪽으로 돌리면 당겨지고 왼쪽으로 돌리면 풀어진다.

이것이 숙달이 되면 타이어를 끼운 상태에서도 조절이 가능해지게 된다.

이러기를 반복하면 림이 반듯하게 조정이 될 수 있다. 이것을 교정해 주는데 자전거점에서는 얼마를 달라는 말조차 하지 않는다. 그냥 새거로 교환하라고만 한다. 

한마디로 귀찮다는 거고 손에 기름때를 묻히지 않겠다는 것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 손에 기름 묻히지 않고 자전거 점을 운영하겠다는 게으른 마음과 자전거를 사랑하는 마음(고장난 자전거를 고쳐주는)이 없이 어찌 자전거 점이 번영할 수 있을까? 이런 주인들은 늘 '왜 손님이 없을까' 턱을 괴고 고민만 하고 있어야 할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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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교정을 잘 하기 위하여 림조절기를 인터넷에서 5,000원을 주고 구입을 했다.

보통 자전거의 림플은 사이즈가 15 라고 쓰여진 곳에 끼우고 돌리면 맞다. 수치가 클 수록 폭이 좁았다. 이 수치가 뭘 의미하는지는 모르겠다.

처음 오래된 림플을 돌릴 때 빡빡한 것을 무리하게 돌리면 나사산이 뭉개질 수 있으므로 WD40을 먼저 뿌리고 작업하는 것이 안전하다.  





여하튼 2시간의 사투 끝에 림교정을 완료했다. 타이어 펑크도 떼웠다. 이제 바람을 넣으니 온전히 제자리에 섰다. 아까 비스듬히 벽에 기대어야 서 있던 중환자에 비하면 거의 정상으로 돌아온 자전거를 보면서 나도 자전거 방이나 차려볼까 하는 공상을 다 해 보았다. 지저분하게 망가진 것을 온전히 고쳐 놓는 것에 이런 기쁨이 있다니 완전히 난 이게 나의 체질인거 같다.


<2008년7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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